영주의 부석사를 좋아하는 많고 많은 이유 중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이유는
그곳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사과나무를 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하고 키가 비슷한 사과나무는
봄이면 하얀 사과꽃을
가을이면 빨간 사과를
더 늦은 가을, 혹은 이른 겨울이면 사과향을 보여준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사과나무 같은 이미지랄까?
따뜻하고, 향기로운...
철봉은 무섭지만 그 가지에는 너끈히 매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달콤하면서도 다정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 동화 속에서
사과나무는 주인공 소년에게 아주 많은 것을 준다.
사과를 팔아 돈을 벌게 하고
가지를 가져다 집을 짓게 하고
둥치를 베어다 배를 만들 수 있도록 해 준다.
아직 소년이었을 적의 소년이 나뭇가지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
사과를 팔아 돈을 버는 것까지는 무리가 없었는데...
가지로 집을 짓고 둥치로 배를 만드는 것은, '역시 동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어제 southeast park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툭!
투툭!
깜짝 놀라 돌아보니 사과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바로 이 나무다.
같이 사는 꼬마에게 나무를 잡아보라고 했더니
나무의 1/4도 잡히지 않았다.
공원에 이렇게 떨어진 사과는 그것이 썩어지도록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때, 그 동화
The Giving Tree 는 거짓이 아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툭! 투둑!
사과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다만... 사과가 한국에서 본 것보다 작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네 사과나무를 가지고는 그런 동화를 쓸 수는 없겠지만....
나는 문득 다시 부석사 일주문을 오르는 길에 무수히 많은 사과나무가 그리워졌다.
지금 그곳엔 빨간 사과와 더불어 사과향기 가득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