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bless you!

약간의 거리 2008. 10. 7. 11:56

10월 6일

다섯 번의 식사를 하다

아침 점심 저녁 다시 점심, 그리고 저녁

두 번의 낮 열두시를 맞이하고서야 밤이 되었다.

네 편의 영화와 2시간의 음악감상을 하면서

기차나 고속버스처럼 다리를 올릴 수만 있다면 비행기쯤은 24시간도 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시카고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친절하게 한국어로 입국심사 절차와 짐 찾는 거, 비행기 갈아타는 것까지 안내해 주는 사람들이 줄줄이~

서류 상의 문제 때문에 어디론가 끌려간 친구를 기다리며

짐가방 네개를 쌓아두고는 걸터앉아 있다

-아 저 안에 가신 여자분 기다리시죠? 좀 오래걸리는데 앉아계세요

출발전 미리 들은 이야기가 있어 다음 비행기를 놓치는 건 아닌가 약간은 조바심이 날 즈음

-곧 끝날 거에요. 걱정마세요

비행기 갈아타지만 않아도 되면 여행 다닐 수 있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사람구경을 한다.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줄을 서 있다가

갑작스레 재채기가 나왔다.

앞에서 열심히 문자메시지를 찍던 여자가

"bless you"라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미국이구나!" 처음 생각했다.

 

 

팬션 같은 집

정말이지 어디 평원에 지은 팬션에 놀러온 것 처럼

우리는 테라스에 나가서 지글지글 고기를 굽는다

김치전과 된장찌개, 그리고 깻잎장아치까지...

딱 놀러와서 고기와 함께 먹는 밑반찬

 

 

짐을 정리한다.

방에는 금방이라도 몬스터가 뛰어나올 것 같은 옷장이 있다.

 

욕실은 조금은 어두운 조명에

싸이코에서 본 것 같은 커튼이 늘어져 있다.

 

낯선 상표의 치약, 비누, 샴푸,,,

잠시 묵어가는 낯선 여행지에서 느껴지던 느낌들

 

'나.. 여기에서 살아야 하는 거지?'

 

8년전의 그때처럼

언제나 나보다 앞서 경험을 하고 그리고 나를 안내해 주면서도

마치 자신이 처음 이 상황에 처한 듯이 금새 눈물이 그렁한 눈을 해 가지고는

"언니~난 왜 이런거야?" 하는 친구와

"목소리는 기억나요!" 하며 방긋 웃는 그녀의 딸이 없다면...

 

많고 많은 영화 중 하필이면 싸이코나 몬스터주식회사가 떠오르는 공간에서 살 수 없겠지?

 

지난 30시간 동안 두 시간 남짓 잠을 잔 것 같은데...

어쨌거나 지금은 졸리지 않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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