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마음

그날 아침에 나는...

약간의 거리 2008. 8. 20. 00:52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마음이.. 갈피가 잡히지 않는 거에요.

공기 속에 있는 산소는 대체 누가 다 먹어 버린건지

숨도 쉬어지지 않고

아마

당신이 떠날 때

내 주변의 산소까지 다 마셔버렸나봐요.

그걸 원망하는 건 아닌데...

근데.. 아무튼 남아 있는 나는

숨이 잘 쉬어지지가 않잖아요.

 

떠난다고 말 한 적도 없고,

사실 나타난다고 말한 적도 없으니까...

 

참 이상하죠?

이별에는 예의가 있어야 하잖아요.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연락이 두절 된다거나

짧은 문자로 이별을 통고한다거나..

그러면 예의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만날 때는 그냥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듯이 뚝! 떨어져도 괜찮은데 말이죠.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냥.. 그냥.. 이야기를 하면서 다 묻혀지는데

이별은 그런게 아닌거 잖아요.

 

한번도 당신이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언제나 당신은 너무나 친절하기만 하고

너무나 다정한 말씨에

사람들도 잘 챙기고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보니

당신이 사라져 버린 거에요.

한 마디 말도 없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는요,

갑자기 멈춰버린 컴퓨터처럼 아무런 생각도 나지가 않고

마법에 걸려버린 것처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 거에요.

숨도 잘 쉬어지지가 않아서

당신이 떠날 때 내 주변에 있는 산소를 모두 긁어가 버린 줄만 알았어요.

 

나는요,

당신을 찾기 위해 가볼 수 있는데도 없고,

당신의 소식을 물어 볼 만한 지인도 없고,

길을 걷다가 당신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도 알아볼 수가 없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그 아침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나는 그냥 기다리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에요.

 

당신은 그렇게 예의없는 이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혹시라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무슨 사고라도 당해 버리면

나는 영원히 당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소식도 알 수 없는

그런 사람일 뿐이었던 거였어요.

그날 아침에서야 그걸 알아 버렸어요.

 

당신이 말해 주지 않는 이야기는,

당신의 표정

당신의 눈빛

당신 마음에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 같은 건

하나도 알 수 없는,,,,

 

해가 뜨고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리고

무지개가 뜨고

노을이 지고

날이 어둑해지고

달이 뜨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런 날이 몇번이 지나가도록

당신이 내게 아무런 연락도 해 오지 않는다면

그런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그렇게 흐른다면

 

그때..

 

 

그 때의

당신은 유령이었던 건가요?

내가 유령이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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