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마음

문래역에서

약간의 거리 2008. 6. 24. 17:43

고마워요.

금방이라도 달려나와 줄 것처럼 물어봐줘서...

 

 

나는 여기쯤에서 당신에게 전화를 합니다.

물론 가끔, 아주 많이 가끔...

그리고 그보다는 아주 많이 자주... 이 곳에서 전화기를 만지막 거립니다.

만지막만지작,

폴더를 열었다 닫기를 두어번

오고간 문자 메시지를 살펴보고

최근 통화목록을 뒤지고...

어느새 지하철은 이 역을 벗어나 버렸습니다.

 

 

 

 

여긴.. 당신의 집을 이제 막 지나온 다음역입니다.

혹시나 나와준다면 금방 되돌아 갈 수 있는 거리이고,

나와주지 않는다고해도 서로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거리입니다.

 

 

문래역은 안전문이 설치되지 않아서 좋습니다.

'다 보이잖아~' 하면서 사실은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는 안전문과는 달리

틈이 있어서 좋습니다.

무섭게 달려오는 지하철이 보이고,

지하철의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하지만 넘어서면 안되는 경계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그 경계를 넘거나 넘지 않는 건 내게 맡겨주는

그런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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