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와키는 나를, 기억해 줄까.
아냐. 기억해 주지 않아도 돼. 잊어도 돼.
어째서?
가까이 없으니 잊혀지는 건 당연하잖아.
그러나 잊혀진다면 이미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잖아. 그건 고통스럽지 않아?
나는 기억하고 있을거야.
안나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나도, 남에게 지킬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는 부탁은 하지 않고. 남의 기억에 기대지도 않아. 그러나 나는 기억하고 있을 거야. 나의 기억은 나만의 것. 그걸로 됐어.
온다리쿠 <밤의 피크닉> 중-
원래 모든 건 변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하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
계속 사랑하고 있을 거야.
그러지마. 혼자만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슬프잖아.
괜찮아.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하나쯤은 존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하지만 남에게 그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할께
공교롭게도, 그녀도 소설속의 그녀도 <안나>였다.
비가 내리는 회기역
퇴근길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혼자만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 느려졌다.
아침부터 유난히 아파왔던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없었다면,
지금 이 시공간이 현실인지 꿈속인지 구분하지 못 했을 것 같은...
그렇게 시간은 참으로 느리게 흘렀다.
고작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아무 듣는이 없는 허공에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외친다.
이제는 사랑하지 않아. 변해버려서 미안해.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너무 늦어버렸어.
그리곤 다시 생각한다.
너무 늦었다는 건 무얼 말하는 걸까?
너무 늦게 헤어졌어?
너무 늦게 변해버렸어?
너무 늦게 찾아왔어?
너무 늦게..너무 늦게...
어떤 것을 하기에도 "너무 늦은" 때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그런데도...
너무 늦어버렸다.
너무 늦어버렸어.
어떤 대화를 하던 마지막에 꼭 말해주고 싶다.
너무 늦었다고...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날은 오늘처럼 비가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사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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