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잘'하지 못한다는 건
예쁘다거나 다정한 말을 그다지 쓰지 못한다는 뜻이다.
말이란 항상 마음만큼 전달이 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는 마음을 어떻게 말로 전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 그녀와 헤어질 때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말했듯이 그때는 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일 거다.
결혼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
그러므로 그녀가 집을 나가서 어딘가로 간다는 게 꼭 이별같은 건 아니었으니까.
1년이던가, 2년이 지났을 때 휴가길 버스안에서 그녀가
세숫대야를 두고 왔기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다.
두고왔다는 물건이 하필이면 세숫대야라서 더 슬펐다.
그곳에는 그녀의 이불도, 칫솔도, 화장품도... 그녀의 모든 생필품이 있었는데
그녀는 많고 많은 물건들 중 굳이 세숫대야 이야기를 했을까?
그때도 역시 나는
"그래..." 하고 작게 답하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서만 몹시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해마다 나오는 휴가에서 돌아가는 길
때로는 출근해 회사에 있었으니 얼굴을 보지 못했거나
혹은 기차역에서 짧게 잘가라는 인사를 나누는 정도,
짐이 무거울 때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가방을 실어주고 나오는 정도였던 것 같다.
부산까지 동행을 하면서도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저 가는 길이 혼자가 아니라서 참 좋다는 말 정도.
가방이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 조금은 같이 걸을 수도 있었을텐데
택시는 대문앞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초인종을 누르려는 그녀를 말리기는 했는데 할 말은 없다.
머뭇머뭇...
서른해 가까이 한 집에서 살아온 자매지간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서먹한 기운이 돈다.
겨우 나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잘 있어"
돌아서 나오는 길, 어딘지 모르는 부산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일요일 오후임에도 너무나 한산한, 그 한산함조차 너무나 낯선 거리를.
아마도 그날 나는 조금 슬펐던 것 같다.
이별은 언제, 누구와의 것이든
항상 낯설고,
그 마음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버린다.
서운함과 슬픔이 마음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너무나 오래전의 일이 되어 있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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