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술을 못 마시던 시절 누군가 말해 주었다. 동동주를 먹을 때 설탕을 타서 먹어 보라고. 여자는 달콤한 맛에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하지만 술자리에서 한 번쯤은 누군에게 들어본 기억이 있는 혹은 꼭 읽어야하는 고전문학에서 한 번쯤은 읽어본 술지게미 라는 것이 아마도 그런 맛일 거라고 상상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수업을 자율휴강하고, 낮부터 학교앞 어딘가 죽치고 앉아 술 마시고 있는 동기들을 피하려고 학교 뒷문으로 빠져나와 걷던 어느 가을 날... 기분 좋을만큼 술에 취한 남자와 여자는 입을 맞췄다.
남자는 미안하다고 했다. 왜냐고 묻는 여자에게 남자는 학교 뒷문 욕쟁이 할머니네 순대국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단내가 난다고 여자는 대답했다.
여자는 그날 남자가 막걸리를 마셔서.. 라고 대답했다고 기억한다.
남자는 순대를 먹고 입맞춤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기억한다.
여자는 단내가 나니 막걸리를 먹었을 거라고... 그게 술심부름하는 꼬마도 취하게 만드는 술지게미의 냄새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자는 그녀의 기억창고에 술을 마시고 입을 맞춰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가 참 좋았다고 저장한다.
기억한다고 다는 아니다.
기억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니까.
기억은 때때로 수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