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과는 가까와지지 않는다

약간의 거리 2008. 6. 8. 16:59

 

-그 사람 몇 살이야?

-안경을 썼니?

-키는 커?

-뭐 하는데?

 

이런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못한다면 나는 그 사람과 가깝지 않은 걸까?

 

 

"어린왕자가 있었는데, 잘 웃었고, 양 한마리를 갖고 싶어 했어" 라고 말하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어린아이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소행성 B612호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른들은 항상 그런 식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렇다고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숫자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어떤 것을 전달하는데 숫자는 매우 쉬운 도구가 되니까.

 

나이, 직업, 외모..... 그런걸 알지 못하지만

그 사람은 웃을 때 입이 아주 크게 벌어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 그래서 저절로 따라 웃게된다거나 그 사람은 목소리가 참 맑아. 그리고 이제 막 제대한 군인같은 웃긴 말투를 써.. 하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과 나는 가까운 걸까?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만

더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또 미쳐 느끼지도 못했는데 이미 내가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거다.

 

그건 어린왕자가 B612호에서 살았고,

그 별에는 자존심이 센 장미가 하나 있었고,

바오밥나무가 위험이 되는 곳이었고,

왕, 허영쟁이, 술꾼, 실업가, 점등인, 지리학자 등등이 사는 별들을 거쳐 지구에 도착했고,

사막에서 여우를 만났고, 노란뱀을 만났고, 무수히 많은 장미가 핀 정원을 구경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봐서도 알수 있다.

 

 

 

어떤 사람과 내가 가깝다거나 친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만난다거나, 통화를 한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는 다거나, 안부를 전한다거나, 그 사람의 집이 어딘지, 가족은 누구누구인지, 혈액형이 뭔지, 학교는 어디를 나왔는지... 그런 걸 아느냐, 모르느냐, 얼마나 자주 하느냐... 그런 것들은

상대방과 내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아니, 알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가끔은 안부가 궁금하고,

우연히 스쳐가는 날 그 사람의 표정에 신경이 쓰이고

그러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과는 가까와지지 않는다.

가깝다는 건

일방적인 관심이나 소통되지 않는 감정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관계"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게 뭐가 중요해?" 라는 말은

사실은 아무와도 가깝지 않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넌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을 못 알아보는 어른들과 똑같구나!"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방어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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