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알고 있어

약간의 거리 2008. 5. 26. 00:11

 

 

우리 귀염둥 승호가 잘 쓰는 말 중 하나는

"알고 있어~" 다.

- 승호야~ 이모 낼 늦어

- 알고 있어~

 

- 오늘은 문방구 문 닫았거든

- 알고 있어~

 

"알고 있어."라는 말은 그러니까,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되었다던가, 슬쩍 말을 건넸다가 거절의 말을 들었다던가, 승호가 사랑하는 이모가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실망했다던가... 그런... 그러니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됐을 때 자기방어용으로 하는 말인 거다.

 

그런 순간에 승호는 마치, 자기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었고, 그런 따위의 일에는 상처 받지 않는다는 말투로

"알고 있어" "알고 있거든!"이라고 말한다.

 

그건 참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보고 싶다, 라거나 만나자, 는 말을 건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기 때문이다.

 

거절의 말을 들었을 때 상처받는 걸 내보이지 않기 위해 의연한 척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승호는

거절의 말을 들을까봐 아예 말을 건네지 않는 나보다는 아직은 더 용감하다. 그래서 나는 승호에게 거절의 말을 하는 게 싫다.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때, 누군가에게 말을 건넬 때, 반가움을 표시하는 경우가 훨씬, 훨씬 더 많다고 말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가끔씩 들을지도 모르는 거절의 말에는 상처받을 필요 없다는 걸, 금방금방 잊어버려도 좋다는 걸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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