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시사회를 보러간 동료 s는 어제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했다. 해서 점심은 도시락을 먹고 저녁도 일찍 먹어야 한다며 간단히 김밥을 한 줄씩 먹고 시사회장에 갔다.
지하철역 안에 있는 매점부터 사람들이 북적댔고, 우리는 시원한 음료수나 한병살까? 했는데... 만만치 않았다. 여기저기서 스텝들이 곧 영화가 시작되니 입장을 해 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음료수 하나를 사는데는 십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자리에 앉고 곧 불이 꺼졌다. 스크린에서는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다. 무대장치가 화면의 일부를 가렸다. 음향은 너무 크고 울림이 많아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영화 시사회장으로는 적합하지 않아!
콘써트가 시작됐다. 영화에 대해서 별로 아는 거 없이 온 자리였지만 김장훈의 노래에 일반 콘써트장에서 처럼 호응해 줄 수가 없었다. 이 영화를 위해 와준 그가 고마웠지만 그냥 웬지... 여느 콘써트장과 같아서는 안될 것 같은... 그런 알 수 없는 마음이 들었다.
배우 차인표가 올라왔다. 노래를 부르는 그는 참 씩씩했다. 그리고 진지했다. 그가 거위의 꿈 첫소설을 부를때 우리는 모두 풋!~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곧 정말 열심히 부르겠다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이 전해져와서 그만 함께 진지해졌다. 감독님과 배우가 연이어 사과를 했다. 영화시사회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을 초청해 힘든 자리에서 보게 해 미안하다고.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굶어죽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목이 매어 말을 잇지 못하는 김태균 감독.
이 영화.. 착한 사람들이 만들었나봐! 나 그냥 스크린이며 음향 다 용서해줄래.
지금부터 크로싱 대한민국 첫번째 시사회를 시작합니다!
하는 배우 차인표씨의 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됐다.
그 순간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유독 귀에 박힌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감독과 배우는 함께 많이 울어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생각처럼 많이 우는 영화는 아니었다. 물론 가슴 아팠고, 울기도 했다. 앉아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라고 영화시작전에 인터뷰했던 한 탈북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굶어죽을 수는 없어서 목숨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의 이야기
준이가 꼭 살아서 아빠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준이는 참 착하고, 바르고 영특했으니까.
몽골사막. 얼마전 무한도전 멤버들이 나무를 심겠다며 갔던 그 사막이다.
그들.. 낮이면 더위와 갈증으로 고통스러워했고, 밤에는 얼어죽을 것처럼 추워했다. 그 사막에... 준이가 서 있었다.
영화는 너무 많이 슬프지는 않았지만 오래도록 가슴이 아플 것 같다.
나처럼 다이어트를 해서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가슴 찡한 가족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아버지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이 영화가 북한의 실상을 전하는 다큐일거라고 관심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차인표씨의 연기가 별로라서 보고 싶지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북한에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권한다.
부디, 북한이라는 이름이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를 피하게하는 빌미가 되지 않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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