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울 회사 수위아저씨

약간의 거리 2005. 2. 5. 11:26

 

수위아저씨는 두분이 격일로 근무를 한다.

 

한분은 항상 웃고, 한분은 항상 무겁다.(음... 무겁다는 건, 인상을 찡그리지 않았는데도 늘 인상쓴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아무튼 이건, 그러니까 같은 일을 격일로 하고 있는 두 사람의 표정.. 같은 건, 이 건물의 컨셉일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근무하던 분들이 모두 바뀌었는데, 처음 왔을 때의 두 분도 그렇게... 한 사람은 늘 웃고 있었고, 한 사람은 늘 무거웠으니까.

그런데 사람이 바뀌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다.

 

그러니까 처음에 그냥 사람 좋은 인상으로 웃어주기만 하던 아저씨와 동일 컨셉의 새로운 아저씨는 그 친절함이 더 나아가서 "안녕하세요~, 날씨가 춥죠?" 등등의 인삿말까지 건넨다. 그리고 무거운 컨셉의 아저씨는 처음 아저씨는 무겁지만 무섭지는 않았는데, 지금 계신 분은 음... 좀... 화난사람처럼 보인다.

 

모... 무거운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의 아저씨한테 정이 더 가는 건 사실이다.

휴~~~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인사 하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거다. 그게 괜히 어색해서 잘 나오지 않기도 하고, 뭐.. 솔직히 어떨때는 인사하는게 귀찮고 싫기도 하다.

인사하는 습관을 가져 보려고, 한때는 길가면서도

 

"안녕하세요?" 씨~익~~~~

 

이런 연습도 했었는데... 잘 안된다.

예전에 친절한 아저씨한테는 간단히 목례하면 그 아저씨도 그냥 미소로 답해줬다. 그나마도 하기 싫을 때는 적당히 외면하고 드나들었는데...

 

아후~~~

새로운 아저씨는 매일 같이, 아침 저녁으로, 내가 드나들때마다 말을 건네는 거다.

 

-안녕하세요? 춥죠?

-들어가요?

-어디 다녀오는 길이에요?

 

기타 등등

 

물론 나의 대답은 늘 간단하다. "네~!"

 

나도 "안녕하세요~" 정도는 소리내어 하기는 한다. 그치만 정말 정말 아무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아침도 있는 거다. 그럴때는 뒷문으로 돌아서 출근할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던,

 

오늘은 어떤 아저씨가 나오시는 날이군!

 

이런것까지 기억하게 됐다니깐.

 

오늘도 명랑 아저씨의 근무날이다.

에휴~

오늘은 아예 문까지 열고 나와 계신다. 누구와 얘기하느라 잠깐 나왔던 모양인데... 멀리서 내가 오는 걸 보고는 안들어가고 기다리고 계신다.

 

괴. 롭. 다.

 

 

"날이 많이 풀렸죠?"

"네~"

"어휴~ 이제 겨울 다갔네"

"으흐.. 에.. 에..."

 

여느날처럼 나는 또 대충 얼버무리고 냉큼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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