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 때려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어떻게 하지? 처음 내가 알던 때와 너무 달라. (A군)
두들겨 패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실망스러워.... 처음 마음을 간직할 수는 없는 걸까? (B양)
맞어. 그 사람이 달라진게 아니라 내가 달라진 거지. 눈에 꽁깍지가 벚겨졌기 때문이야. 꽁깍지가 씌었을 때 멋있고, 좋아보이던 것들이 꽁깍지가 벗겨지며서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된 거지. 그러니까... 달라진 건 바로 나야. (올드미스 다이어리... 미자의 대사 중-)
한 번 믿으면 영원히 한 번 사랑하면 영원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재호의 대사 중-)
사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의 재호 대사는 어색하고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실은, 내가 살아온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영화 <타인의 취향>을 보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행동이나 말 중 일부분은 이해할 수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왜 저러나...' 싶지만 그냥 수긍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 중 유독 내 심경을 거스르는 이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것이 짜증스러웠다.
'정말 저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난 울화병이 걸릴거야.'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갑자기 내내 나를 짜증스럽게 만든 그 사람이 나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걸 알았다.
재호의 대사가 어색하고 유치하다고 느끼면서 그처럼 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처럼 말이다.
미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친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10년을 사귀어도 모르는 게 있는 거라고.
그때 미자는 마치 갈릴레이처럼 그 자리에서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네가 아는 게 전부는 아니야~' 하는 표정이 남아 있었다.
처음 같을 순 없을까?
내가 알던 그때의 모습과 너무 달라~
하지만
처음 같지 않은 건 바로 나다.
만약 상대가 그때의 모습과 정말 다르다면 그때의 내가 꽁깍지를 쓰고 그를 본 것일 수 있으며,
혹은 그때의 그를 바라보는 내와 지금의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거다.
한 대 때려주고 싶고, 죽도록 패주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를 믿고 사랑하는 거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또 한 사람에게 마음의 빗장을 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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