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나에게 부족한 것

약간의 거리 2004. 11. 21. 23:23

 

아주 오랜전에

토익시험장에서

주머니에 mp3를 넣고 있다가

듣기 시험을 녹음해 나온 사람이 있었다.

주머니 안에서 녹음 된거라 음질이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들을만하다고 했다.

핸드폰은 반드시 꺼야하고, 가방에 넣어서 가방은 앞쪽으로 내 놓아야한다고 하지만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주머니에 작은 mp3를 넣어 두었다가 슬쩍 녹음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은 아주 간단한 거였다.

 

음... 저렇게하면 듣기 문제도 유출이 가능하겠구나!

 

그런 생각은 했었는데......

 

수능시험날 핸드폰을 이용한 조직적(?)인 컨닝.

인터넷 top기사로 처음 올라왔을 때는 그냥 컨닝이 있었나부다... 그 mp3 처럼 그렇게 핸드폰도 이용할 수 있겠지... 그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우연히 듣게된 뉴스에서 가담한 학생수가 90명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참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무섭구나!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조직적으로 사전 실험까지 해가며 그런 일을 벌일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진짜 무섭고 끔찍한 애들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수사는 점점 확대되고, 가담한 학생 숫자도 좀더 늘어나는 듯하다.

아직까지 그 기사를 제대로 읽어보지는 않은 상태로 무심히 동생에게 그 이야길 꺼냈다.

 

-정말 끔찍한 애들 아니니?

 

-난... 불쌍하던데.

 

- ......

 

- 그 애들은 그런 생각까지는 못 했을 거잖아. 이제 범죄자 되는 거지? 5년동안 수능시험 못보는 걸루 끝나?

 

- 글... 쎄...

 

-얼마전에 뉴스에서 봤는데 어떤 사람이 사고를 내고는 너무 당황해서 쓰러진 사람을 안보이는데 옮겨 놓고 도망갔네. 그래서 사고를 낸 거보다 더 죄가 커진거야. 뺑소니에다가 사체유기까지... 근데 그 사람은 정말 무섭고 당황해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거였거든. 안됐지 모.

 

 

나는 왜 그 아이들을 끔찍하고 무섭다고만 생각했을까?

 

요즘 자주 느끼는 것.

나에게 정말 많이 부족한 것이 있다. 측은지심.

값싼 동정이 아닌

인간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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