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억울한 아침

약간의 거리 2002. 1. 2. 22:02

해가 바뀌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요.
한해가 가고, 또 새로운 해가 온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괜히 억울한 거 있잖아요.
나는 늘 같은 하루를 자고 일어난 것 뿐인데 해가 바뀌어 있다는 거.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에 뭔가가 빠져버렸다는 느낌.
왠지 그 사이에 새로운 해가 오는 걸 받아들일만큼의 시간 여유를 줘야 할 것 같잖아요.
다른날과 똑같이 달이 뜨고 지고, 다시 해가 뜨면 바뀌어버리는 그런 날은 아니어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소리높여 외치고 싶은 기분.

예전에요,
음....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은 그레고리우스 력이거든요.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건데...
그 전에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했다죠.
그런데 율리우스력 대로 계산을 하면 1년이 늘 11분 ....초가 남는 거에요.
그게 1년일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그레고리우스 교황 시대에 오니까 꽤 많이 차이가 났죠.
그 차이는 당시가 농경사회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됐죠.
결국 날짜를 다시 잘 맞출 필요가 생긴거에요.

달력을 다시 만들어서 날짜를 맞추니까 열흘 정도씩 차이가 났대요.
그래서 로마에서는 1582년에 10월 5일 다음날이 10월 14일이구요,
이보다 더 늦게 그레오리우스력을 받아들인 영국은 열하루가 차이가 나서
1752년에 9월 2일, 그리고 그 다음날은 9월 14일이래요.

일본은 이보다 한참 뒤인 1873년부터 그레고리우스력을 사용했는데,
그 전해인 메이지 5년은 12월 2일이 마지막 날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영국 사람들이 없어진 열하루만큼 자신의 생명이 짧아졌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새로운 달력을 받아들이자고 처음 주장한 백작 집안의 사람들을 대대로 미워하면서 관직을 주지 않았다고 해요.


달력이라는 거.
해가 뜨고 지는 걸로 하루를 계산한다면 그냥 편의를 위한 것 같은데
참 많은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까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겠다고 다짐도 하고, 서로에게 축복의 인사도 나누고 하는 거겠죠.
그런데 전 아직 그렇게 뜻깊게 한해를 보내고 맞아본 적이 없어요.
그 하룻밤을 억울해 하느라고 그랬나봐요.

새해가 됐을 때 누군가에게 진정 마음깊은 축복의 인사를 나눌때쯤,
아마 그때쯤이 제가 철드는 나이일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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