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내가 얼마나 톡~ 쏘아대며 말하는지...
하느님은 공평하다는 걸 그럴 때 느낀다.
내 4가지 부족한 말씨가 나의 목소리로 감춰질 수 있게 해 주셨으니까.
그런데 아주 가끔 '나 미쳤나~ 왜 그랬지?'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엊저녁 처럼
퇴근길에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
세탁소 입구에 거나하게 술이 취해 얼굴까지 벌게진 아저씨 한분이 앉아 계신다.
아마도 세탁소 아저씨와 아는 동네분인 모양이다.
피해 서 있는데도 술 냄새가 진동한다.
- 어제 맡긴 옷 찾으려구요.
세탁소 아저씨가 옷을 찾아 뒷마무리를 하는 동안 옆에 앉아 계신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 그 핸드폰 줄 좋네~
- 아.. 이거요? 이거 원래 핸드폰 살때 같이 나온건데....
럴수럴수 이럴수가?
평상시 같으면 '아~ 왜 말시키구 그래' 하면서 에~예... 하구 말았을텐데... 대체 왜 이렇게 말을 길게 하는 거야?
- 난 그런거 안 주던데...
- 그래요? 이거 맘에 드시면 드릴까요?
어? 이건 또 모야? '왜 자꾸 말시켜~ 거기다 반말까지...' 하면서 역시나, 에~예... 해야 하는데...
아니.. 됐어, 했던 아저씨가 잠시 후에
- 근데 그게 내 핸드폰에두 맞나?
이번엔 나 아예 그 아저씨랑 똑같이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내 핸펀에서 줄을 풀고 있는 거다.
- 그럼요... 줄은 누구한테나 다 맞아요.... 아저씨 핸드폰 이리 줘 보세요. 에휴~ 줄이 끊어지셨구나...
- 목에 거는 줄은 집에 몇개 있는데...
아저씨 핸드폰에 내 줄을 턱~ 하니 껴서 드리고는 세탁소를 떠나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나 오늘 미쳤나? 왜 그런 거야, 대체!'
회사에 와서 친구한테 그 이야길 했더니 녀석이 박수까지 쳐 가며
"웬일이야? 웬일이야.... 어쩌다가 그랬대. 눈길도 안 줬을 사람이~" 해댄다.
뭐.... 나두 가끔은 친절할 때가 있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