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오랜 옛날에,
그러니까
그가 나와 헤어지겠다구 해 놓고서 군대라는 곳을 갔을 때
아주 가끔씩 꿈속에 그가 나타나곤 했다.
그런 날이면 신기하게도 그가 전화를 해 왔다.
- 아~ 나 니꿈 꿨는데... 신기하다. 내가 꿈꾸면 꼭 니가 전화한다. 암시.. 같은 거나봐.
- ^^
말은 하지 않지만 전화기 저 편에서 그가 웃는다.
어쩜 지금 그가 전화 같은 거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꿈 속에서 그를 만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꿈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그를 찾아내지 못해서 말이다.
나는 보물찾기를 못 한다.
어려서 소풍가면 꼭 하는 보물찾기.
나는 한번도 보물을 손에 쥐어보지 못했다.
언젠가 한번은 늘 빈털털이인 나를 안쓰럽게 생각한 어떤 선생님이 슬쩍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귀뜸해 주었는데
이미 누군가 찾아가 버리고 없었다.
만약 정말로 내꿈 속 어딘가에서 그가 암시를 주기 위해 숨어 있는거라면
나는 영원히 그를 찾지 못할 거다.
결국 그는 두번 다시 나에게 전화 같은 건 걸지 않게 되는 거다.
원래 나는 꿈이란 걸 잘 꾸지 않는데 요즘은 거의 매일이다시피 꿈을 꾼다.
내용도 알 수 없는 그 꿈 속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체들이 밤이 새도록 헤집고 다닌다.
그건 어쩌면 보물을 찾아 헤매는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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