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이진 선생님

약간의 거리 2007. 3. 30. 00:24

 

축처진 어깨에 고개는 땅에 코박을 듯 떨구고서 터덜터덜

'아~ 정말 회사 가기 싫은데...' 하며 출근한 날.

 

요며칠 매일 생각한 '회사가기 싫은데...'를 다 합쳐도 뛰어넘을 만큼 너무너무 회사가기 싫은 날이었는데

출근을 하자마자 9시도 되기전에 걸려온 첫 전화부터 울화통 터지게 만들더니만 급기야 12시 점심시간.

화남, 분함, 억울함, 약오름, 어처구니 없음 등등으로 머리가 폭발하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고 가는 거다.

 

어제는 절로 울컥해서 가만둬도 눈물이 터질 지경이더니

오늘은 화가 그렇게 머리를 터트리고 나올 지경이라서 감당이 안되는 날....

 

그 사람을 만났다.

한 건물안에 있지만 일주일에 한번도 만날까 말까, 한 사람

나랑 업무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고,

개인적으로는 더더욱 관계가 없어서,

한 건물에 있다는 이유로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오가다 만나는 걸 제외하면 교류가 없는 사람,

단지 오랜세월을 그렇게 마주치다 보니 그냥 목례나 혹은 미소가 담긴 눈인사 정도를 나누는 사람.

 

그 사람을 건물안도 아닌  우체국 앞에서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만난 시간이 오후 5시.

 

따뜻한 미소가 담긴 눈인사와, 하얀이가 온통 드러날 만큼 환하게 입벌린 웃음과 더불어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를 동시에 건네온 거다.

 

그 사람이

"안. 녕. 하. 세. 요." 하고 말하는 소리는 마치

이른새벽 물안개 살포기 내려앉은 강가에서 잘 던져진 물수제비가 퐁퐁퐁 내는 음파랑 닮았고,

혹은

잘 만들어진 크리스탈 잔에 각기 다른 양의 물을 담아 음악을 연주하는 듯하기도 하여서

나의 신경 하나하나의 긴장을 뚫고,

실핏줄 끝까지 퍼져나가면서 순식간에 저도 모르게

"아~ 오늘 너무 행복한데..." 하는 혼잣말이 새어 나오게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나의 하루는 갑자기 온통 행복한 하루!!! 로 기억이 되어 버렸다.

 

그 사람은 당연히 모르겠지? 자기의 그냥 인사가 "온통 흐림"을 "찬란함"으로 바꾸어 주는지.

물론 어제까지는 나 역시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만나면 언제가 기분이 좀 좋아지는 사람이라며 스쳐갔는데...

아~ 사람이 절박하면 할수록 작은 것에도 기쁨이 커지게 마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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