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만에 방안의 가구를 옮기게 되었다.
책 꽂이의 책들을 모두 꺼내서 다시 정리를 하면서
"엄마, 나 이거 며칠 걸릴거야. 하나하나 다 보고 버릴건지 둘건지 볼거거든. 그러니까 어느 세월에 정리하네, 마네 그런 생각 하지 말고.. 그냥 냅둬~"
그러다가 우연히 그때, 고3이던 시절에 선생님과 친구 몇이서 돌려 쓰던 일기를 발견했다.
주루룩~ 한번 휘릭 넘겨 보고는 치워뒀는데, 자꾸만 다시 손에 잡혀서 어쩔수없이 읽어보게 되었다.
참 놀라왔다.
거기에는 정말 많은 삶의 고민들이 담겨있었다.
그냥 막연하게 유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어린 시절에 쓴 거니까.
그 나이대에 하는 고민이라는 건 그냥 뻔할 거라고 - 어른이 되어서 일까? 이런 생각을 한 건.
그런데 글을 읽을 수록 "어른"이라는 건 뭔가?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가장 많은 건 역시나 졸업고사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과 실망들이긴 했지만,,
내가 졸업고사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살았는지 몰랐다.
졸업이니까. 졸업고사니까. 한번쯤은 막 봐도 될거라 생각했는지 알았다.
그런데
마지막이라서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바람,
마지막이라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보고 싶다는 바람들이... 놀라왔다.
그리고 인생의 여러가지 고민들.
취업을 나간 친구와 남아 있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생각들.
어쩌면 그때가 삶에 대해서 가장 폭넓게 고민하던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학생이면서 사회인이면서
졸업이면서 새로운 출발점이면서
청춘이면서 삶의 갈림길에 서 있으면서
사람에 대해, 우정에 대해, 세상에 대해, 나의 앞으로 삶에 대해...
지금 나는.. 무슨 고민과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어리다고, 그래서 아마도 유치할 거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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