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정사랑회 모임에서 한달에 한번씩 가는 봉사가 있는 날입니다.
참 오랜동안 그곳에 발을 끊었는데 오늘 부득이하게 가게됐죠.
다른 프로그램 리포터가 봉사단체를 취재한다길래 제가 소개를 시켜줬거든요.
그런 일만 없었어도 어제 피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역시나 땡치고는 늘어지게 잠이나 잤을텐데 말입니다.
오래전에 네띠앙에서 동호회를 만들때,
그곳은 발기인이 필요하더군요. 아마도 그때 가입을 했을 겁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발기인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그냥 가입을 했죠.
그리곤 낯가림이 심한 제가 오프모임이라는 곳에 얼굴한번 내밀었을리 만무하죠.
무슨 이벤트가 있어서 예쁜 기념품을 만들었다거나 하면 돈을 송금해서 그 물건들만 우편으로 받아챙겨서 잘 쓰곤했는데
어느날부턴가 그 모임에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겁니다.
매달 공지가 올라오고,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늘 뭔가 빚을 지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어느날엔가 용기를 냈죠.
사람들이 만난다는 장소를 무조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아무도 없는 거에요. 뭐 제가 그 사람들 본 적이 없으니 얼굴 알아볼리 없지만, 암튼 무리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할 수 없이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죠.
- 저... 아무개 인데요...
- 어! 아무개구나. 오는 길이니? 어디야?
뜻밖에도 제가 올린 몇몇 글과 기념품 신청했던 기억을 가지고는 저를 너무나 반겨주는 겁니다.
어찌나 고맙던지... 감격을 했지 뭡니까?
암튼 그네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이 됐죠.
정신지체아들이 모여있는 그곳의 원생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나이가 참 많았어요.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움직임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꾸하는 일도 쉽지 않았죠.
제가 할만한 일이 별로 없더라구요.
고작 방청소랑 어린아이 밥 먹여주는 것.
그런데 저는 발을 떼고 나서도 그들과 금방 친해질 수가 없었어요.
사람은 밥을 같이 먹어야 친해지는 거라믄서요?
봉사가 끝나고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해야 친해지는 건데....
저는 몇번 참여를 하면서도 끝까지 남아서 함께 밥을 먹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원생들에게 저녁을 먹이는 봉사가 끝나면 저는 늘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어요.
빚진 기분에 그들과 만남을 시작했는데, 그러면서도 편안하게 가까와지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한 건 멀어지지도 않는다는 거였죠.
가까와지지도 멀어지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관계.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다고... 그런거 아주 확실하게 선 잘 긋는게 제 특징인데...
오늘 인터뷰하는 모임언니들 이야기를 듣다가
제가 아주 사소한 진리를 마음속에 새기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빚진 기분을 씻어내고자 그곳에 가서는 뭔가 몸을 혹사시킬만한 고된 일을 해야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던 거죠.
그곳에서도, 또 모임에서도 진짜 필요로 했던 건
그저 똑같은 마음으로 와 주는 거였는데 말이에요.
똑같은 마음이 뭐냐구요?
가서 열~~씸히 일해야지! 하는 마음 말고,
그냥 친구 만나러 나오듯이 와서는 아이들과 손잡고 장난치고 이름 한 번씩 불러주는 거요.
그게 똑같은 마음이래요.
연말이면 불우이웃 돕네... 찾아오는 사람들한테 그런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이렇게 무슨 날이면 찾아와 생색내는 것보다
평소에 늘 얼굴 들이밀고 같이 놀아주는게 훨씬 더 좋다고 말이에요.
어쩜 너무 익숙한 이야기라서 늘 흘려버렸나봐요.
똑같은 마음.
제가 늘 똑같은 마음으로 다가서지 못했다는 걸 이제 알기는 했는데,
앞으로 똑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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