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리1
여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서성이고 있다.)
(독백) 약속이 오늘이 아니었나? 거리공원이라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전화를 할텐데...
시간 흐른 뒤
거리 반대편 남자의 모습
여자: (잠시 반가운 눈빛...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라진 남자)
불안한 표정의 여자, 길 건너편을 살피고 거리 위 아래를 왔다갔다 한다.
여자: (독백) 잘못 본 건가? 그렇겠지... 그럴거야...
#2. 회상씬: 거리2
퇴근 길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오는 여자. 약간 긴장한 표정. 사람들 속에서 어떤 남자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피한다. 남자는 급히 지나가느라 여자를 보지 못한다.
여자: (독백) 어디가는 거지? 그냥 아는 척 할 걸 그랬나? 금방 오겠지.
#3. 회상씬: 남자 집앞
집 앞을 서성이는 여자. 집 앞 약수터에 사람들이 꽤 있다.
여자: (독백) 오래 걸리는 건가?
#4. 회상씬: 집앞 약수터
여자 의자에 앉아 있다. 시선은 남자 집과 아까 온 거리를 번갈아 보고 있다.
잠시 후, 남자가 나타난다.
여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다 멈칫 한다)
일행이 있는 남자.
#5. 거리1(#1과 같은 장소)
여자: (가슴 아픈 표정. 전화기를 꼭 쥐고 있다)
(독백) 아까 불렀어야 했어. 그때도 그랬잖아. 너무 똑같아. 불길해. 내가 전화해도 받지 않을 거야. 내가 잘 못 본 거겠지.
#2와 #3이 반복해서 스쳐간다.
여자: (독백) 그날도 후회했었어. 다시는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왜 고개를 돌린 거야. 그냥 먼저 아는 척 했어야지. 그날 내가 지하철역으로 가는 그를 잡았다면 달라졌을까? 아직 잊지 못했었구나.
거의 울지경이 되어있는 여자.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여자: 어디세요?
남자: 넌 어디니?
여자: 기다리고 있죠.
남자: 이상하다, 내가 좀 전에 나갔다 왔는데... 자리가 없을까봐 미리 식당을 잡느라고... 이리로 찾아올래?
전화를 끊은 여자는 그만 울어버린다.
여자: (독백) 겁 났었다구요. 다시는 숨지 않을 거야.
기억이란, 전혀 상관없는 순간에 오버랩 되기도 한다.
아무 관계 없는 사람,
아무 관계 없는 장소,
그것은 기억해 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영사필름 처럼 돌아가 사람을 당황시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