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라 하면
진달래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가 뭘까?
그건 아마도
겨우내 식량이 떨어지면서 배고픔이 절실해질 무렵 피는 이 꽃은
먹을 수 있기 때문일거다.
김유정의 작품 여섯편을 엮어서 각색한 연극
<진달래 피고 새가 울며는>에서
진달래, 봄이라는 의미가 참 남다르다.
각기 다른 작품들을 엮었지만
극중 인물 모두 진달래 피는 봄을 기다린다.
벌써 몇년째 쇠경도 없이 머슴살이를 하면서 점순이의 키가 커 성혼되기만을 기다리다가
봄이되면.... 이라는 지난 가을 약속을 굳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름 밑천을 구해 오라며 부인을 타박하고 돈의 출처보다는 그 자체에 기뻐하는 지아비, 그리고
맞아죽을까 두려워 매음을 해서라도 돈을 구해오는 그의 아내,
빚을 갚기 위해 아내를 파는 사람,
아내에게 들병이를 시켜서라도 먹고 살 길을 열어 보고자 하지만 그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나 잠들 아내를 보면 그가 낳은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장성해서 벌어들일 재산을 생각하니 당장에 할 수 있는 일 하나도 없는 아내가 자신보다 더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아이가 죽은지도 모르고 열석달이나 임신중이었던 부부, 수술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유언을 남기는 아내
극중에 코믹하고 우스꽝스러운 대사는 없다.
그런데도 극을 보는 우리는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이 그저 유쾌하지만은 않다.
극은 극일 뿐이고, 소설은 어디까지나 논픽션이지만
염치나 체면따위는 고사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 이라는 우리의 통념까지 깨버리는 그네들의 행동은
찢어지게 가난한 그네들의 삶, 그 참담한 현실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진달래 피고 새가 우는 따뜻한 봄이
허리띠 졸라매고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면서도 웃고 있는 서민들에게도 오기는 하는 걸까?
2년전에 비해 일취월장한 선생님들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내며....
**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오기는 할까? 하는 염려가 무색하게 작은 극장이 붐볐습니다.
수염을 기르고 있는 선생님 모습.... 지난 십여년간 한번도 그런 모습을 뵌 적이 없는데 왜 이리 익숙하게 보이는 거지?
지난 폭우로 냉방이 안된다고 해 염려 했건만 낮에 쏟아진 비로 기온이 내려갔는지 염려한만큼 덥지는 않았고,
음향에 조금 문제가 있었는지 대사 전달에 약간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모처럼만에 학예회 수준을 벗어난 선생님들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선생님! 이번엔 자랑할 만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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