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승호 이야기1

약간의 거리 2004. 5. 3. 10:04

가끔씩,

실수로 눈을 맞추는 아기.

 

그 녀석은 아직 사물을 정확하게 보지도 못하고,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지만

 

많은 걸 알고 있다.

 

 

엄마가 자기에게 젖을 주려고 하는지, 아닌지도 알고 있고,

옷을 벗기면 목욕을 시켜 주려는 것도 알고 있고,

누군가가 자기를 안아 주려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자기에게 말을 시키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자기가 지금 우리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을 껄....

 

 

오히려 나는 많은 걸 모른다.

 

지금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저 녀석의 눈속에 맺힌 것이 정말로 천장인지 아닌지

방금 나와 마주친 눈빛이 실수인지 아닌지

내 목소리를 기억하는지 못하는지

지금 아기를 안아주는 내 자세가 편안한지 그렇지 않은지...

 

 

밥을 먹는 시간이 녀석이 가장 싫어하는 시간이다.

아무도 자기랑 놀아주지 않으니까.

저~~~~~쪽에 혼자 눕혀진 녀석이

 

우아아....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짧게 낸다.

 

-아휴~~ 귀여워. 혼자서 잘 노내.

하면서 사람들은 밥을 먹는다.

 

조금 있다가 또

아~우`~~~웅~~

조금 긴 소리가 난다.

-심심한가봐.

하면서 사람들은 밥을 먹는다.

 

이번엔

우~아~앙~~

울듯한 소리를 짧게 낸다.

누군가가 슬쩍 엉덩이를 두드려주고는 또 밥을 먹는다.

 

결국 울음을.... 그치만 결코 길게 울지는 않는다.

 

 

아기는 이미 알고 있다.

 

자기가 뭔가 소리를 내면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놀아준다는 것을.

그래서 짧은 소리를 낸후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그래도 오지 않으면 좀더 큰 소리를 내고,

그래도 오지 않으면 자기의 최대 무기인 울음을 내고,

그치만 이번에도 역시 우는 척! 만 하고서는 누군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래도 아무도 오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안아주지 않으면,

그 작은 얼굴에 눈물까지 흘리며 정말로 울어버린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누군가의 손이 자기의 목을 받치기만 하면

귀신같이 자기를 안아 준다는 걸 알아채고는 울음을 그쳐 버린단 말야.

 

정말 저 녀석~

남자가 너무 여우같은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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