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서울에서 6시간을 달려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 시내 진입.
신호에 걸린 새에 옆차선 운전자에게 길을 묻는다.
"아저씨, 부산역 가려면 어떻게 가요"
"큰길로 가야하는데... 쭉 가다가 좌회전하면 중앙로 나와요"
아하~ 시청쪽으로 가는 거구나.
서면이네... 그래, 부산에서 서면이 젤 번화가 라더니...
부산대학도 지나구, 시청도 지났건만.... 부산역도, 부산역 표지판도 보이지가 않는다. 그리구 엉뚱하게
짜잔~~~~ 부산진역 등장.
미쳐요~~~ 부산역이랑 부산진역이 서로 다른 건 나두 안다니깐.
다시 택시기사에게 길을 묻다.
"아저씨, 저희 서울서 왔는데요... 부산역 어떻게 가요?"
"무슨 부산역?"
"부산 기차역이요."
"기차역 왜 가는데요?"
(아~ 진짜 별걸다 묻네)"남포동 가려구 하거든요"
"남포동이라... 신호등 두개 지나서 우회전하고 지하도를 지나가면 문현교차로가 나오는데
거기서 부두길을 따라가면 죽 직진하면 돼요"
아항~ 여기네... 근데 지하도가 없다. 근데 문현교차로는 맞자너.
어? 근데 모야? 5부두도 있고, 8부두도 있는데 어디루 가야되지?
고민하는 사이 그냥 직진해서 8부두길로 들어섰다.
가도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부두길. 갈래길이 여러번 나왔지만 모두가 부두길이다. 8부두, 9부두,
11부두, OO세관 등등
모야?
고속도로에서 그렇게도 애타게 찾던 빨간모자 SK가 멀리 보인다.
"저기 가서 물어보자"
막상 가보니 빨간모자 주유소는 아니었구, 무신 커다란 건물이었는데 건물앞에 수위실이 우뚝서 있길래
우리의 운전자가 차를 세워두고 뚜벅뚜벅 다가갔다.
돌아온 언니의 황당한 이야기.
"야, 여기 보안구역이래. 들어오면 안된대. 그리구 보안구역이라 표지판이 있다가 없다가
그런대."
"모야? 그럼 어떻게 해?"
"5부두 길로 가야하는데, 7부두를 먼저 찾고 다시 5부두길을 찾으래 그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부산역
표지판이 나올거래."
"그래? 아까 교차로에서 5부두 봤자너. 그럼 거기서 우회전해야 되는 거였자너"
*** 부산 표지판 엉터리인 건 이날 밤에 다 알았다. 말하던 7부두 표지판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구,
겨우 5부두를 찾았는데, 표지판이 있다가 없다가, 힘들게 찾은 부산역 표지판도 있다가, 없다가... 와~~ 정말 부산서 안사는 사람이 표지판을
보고 길을 찾는 건 너무 어려웠다. 엉터리 표지판은 내일도 계속된다.
여기껏 온 길을 되돌아 나가서 다시 부산진역을 아까와는 반대방향에서 통과하구, 무단 유턴을 자행하면서
화려한 부산역을 발견!
와~ 언니 이제 거의 다 왔다.
드디어 PIFF 포스터들이 휘날리는 남포동 거리에 도착
10월 7일 새벽 2시 35분....
그 좁은 부산을 2시간이나 헤매어 겨우 도착한 감격의 남포동 거리
바로 이곳이다.
3시간여 잠을 자고 나와서 남포동 임시매표소에서 어렵사리 아침 11시 상영작의
티켓을 구했다.
영화한편 보고, 무조건 태종대는 가야한다는 운전자의 요구에 끌려 태종대를 갔다가
드디어 우리의 안락한 숙소가 기다리고 있는 해운대로 출발~~~~~~~
부산역을 지나 어디로 가야 해운대까지 갈수 있을까?
다시 택시기사에게 길을 묻다.
-아저씨, 해운대 어떻게
가나요?
-부산역까지 죽 가서, 거기 가서 다시
물어봐
헉~
-거봐~ 택시기사한테 길 묻지 말랬잖아.
-진짜 장난아니다. 너무한거 아냐 ㅋㅋㅋ
그리구 얼마쯤 가다 잠시 신호에 걸렸는데 아까 그 택시기사가 오른쪽에 섰다. 그
사이 우리가 서울차라는 걸 확인한 모양인지 먼저 말을 시킨다.
-해운대 가려면, 광안리 쪽으로 계속 가. 광안리 표지판 보구 가면
나와.
-네~
광안리 근처 오니 눈에 익숙한 동네가 펼쳐진다.
-어! 언니 해운대 표지판 나왔다. 오른쪽 길이야.
-아니야~ 바닥에는 왼쪽으로 가라고 나와 있어.
-모야? 어디루 가야돼?
어~어~어~ 하다가보니 걍 운전자가 본 바닥표지를 따라가게
됐다.
길을 들어서니 예전의 기억이 난다.
-언니, 이길 맞어. 이게 신도로구, 저쪽은 구 도로야.
-근데 왜 표지판이 달라. 어쨌거나 위/아래가 똑같아야 할거
아냐.
-모냐구? 이거 확~ 경찰청에 신고해야 되는 거 아냐?
우여곡절끝에 해운대의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
해운대에는 어디어디 상영관이 있나 둘러보구 잠이
들다....
담날 아침 7시.
모두가 자는 아침에 택시를 타고 메가박스로 티켓팅을 하러
갔다.
발권을 시작하기 전 안내멘트
"같은 영화는 1인 최대2매까지만 사실수
있구요....."
'어? 모야? 그럼 안되는데....'(우리 일행은
4명이었다)
자는 녀석한테 전화를 했다.
-빨랑 와. 우리 표 못사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어쩌지.. 순서 다 되어
가는데....
겨우 시간을 맞춰 도착한 친구 왈,
-나 프리머스 갔다 왔어.
-왜? 해운대역 앞이라구 말
안했어.
-했어. 근데 이 아저씨가 해운대까지만 들었나봐. 내리라구 하는데
어제 본 <형사> 포스터가 보이는 거야. 어제 극장 답사를 했기에 내가 금방 알아봤지. 그래서 아니라구 했더니 맞다구 우기다가 다른
사람한테 전화 해 보더라.
-그래서 얼마주고 왔어?
-4,800원
-헉!!!\\\!! 나 2,200원 주고 왔는데.
모야, 두배가 넘자너
-근데 무슨 택시기사가 그걸 몰라.
-모르지...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예매를 해서 오전 영화를 보기 위해 다시 남포동으로 건너간
일행.
영화 보고 자갈치에서 회 조금 먹어주시고, 다시 해운대로 돌아오는 길...
무조건 광안대교를 한번쯤은 건너주셔야 한다는 운전자 때매 어쩔 수 없이
택시기사에게 길을 묻다.
-광안대교 건너서 해운대 갈 수
있어요?
-못가
-거봐~ 안된다잖아. 그냥
가자
-안돼. 광안대교 꼭 건너야
돼.
-그럼 그냥 광안대교 가는 길만 물어봐. 그때 요트경기장 부근에서
끝나는 거 봤으니깐 가서 헤매자
다시 택시기사에게 길을
묻다.
-광안대교 어떻게 가요.
-광안리 쪽으로 가다가 남천동까지 가서 ....... (어쩌구
어쩌구)
남천동은 어떻게 가냐구여~~~남천동을 알아야 가지. 몇번을 왕복해도 남천동
표지판 한번도 못 봤구만... 나의 궁시렁 궁시렁..
-(아저씨 설명 계속)남천동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서 언덕을 올라가서
어쩌구 어쩌구...
-언니. 무슨 말인지 다 알아
들었어?
-모르겠어. ㅋㅋㅋ
-아, 생각났다. 남천동 어딘지 나 알아. 그냥 광안리로 일단 가.
그래서 결국 우리는 광안대교를 건너고야 말았다.
바로 이 사진이다.
다음날 아침...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새벽 6시에 일어나 예매를 하러
갔다.
예매하고 돌아오는 길 다시 택시를
탔다.
-한화리조트요.
-네~ 손님이 길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아~ 네.. 가다가 좌회전 하시구요, 해안도로 나가서 우회전
해서 쭉~ 가다가 까르푸 앞에서 다시 좌회전 해 주세요.
-저 앞에 가서 좌회전 하면
안돼요?
-네... 거기는 좌회전
금지더라구요.
까르푸 즈음까지 도착한 기사
아저씨.
-아~ 이길.. 저 앞에 OO교회가
있죠?
-모르겠는데요.
-아니... 그 큰 교회를
몰라요?
-저희 여기사람
아니거든요.
-그럼요?
-서울서 왔는데요.
-영화제 보러 왔어요?
-네
-아하~ 난또... 여기 사는 분인 줄 알고 지름길 알려달라고
한건데...
(아니... 내가 부산 살면 집에서 자지, 왜 콘도잡아서 돈내고
잡니까? 내원참......)
여러분!!!
부산에 가시면 절대! never~!!!! 택시기사에게 길을 묻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