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
목동에 직장이 있던 시절
양화대교를 건너 다 보면 흉물스런 천막에 <선유도 공사현장>... 모 그런 글씨가 쓰여 있었죠.
그때까지 제가 알던 선유도는
군산인가 어디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아름다운 섬이 있는데 그 이름이 선유도라더라~~
그래서 늘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더구나 한강 가운데 떠 있는 섬 중에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유일하게 여의도 뿐이었으니까요.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은 밤섬인데...^^)
회사를 당산으로 옮겼을 때도 선유도는 늘 공사중이었어요.
‘뭐지?
선유도 공원이면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된다는 건가?‘
그리고 다시 대학로로 직장을 옮기고 이제는 양화대교를 건너다닐 일이 없어졌습니다.
선유도라는 이름도 자연스레 기억에서 지워져갔구요.
2003년 어느날
친구를 만나러 가느라 양화대교를 건너게 되었는데
다리 중간에 너무 아름다운 불빛들이 올라오는 걸 보게 되었죠.
와~~~ 탄성을 자아내며 지나갔고,
그제서야 흉물스런 천막의 선유도가 공사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 선유도를 지난 일요일에야 다녀왔습니다.
선유도...
예전엔 이곳이 한강물을 정수하는 정수장 이었답니다. 헌데 그 정수사업이 강북정수사업소로 통합되어 이전하면서 그 자리가 서울시민의 공원으로 만들어 진 거죠.
시대를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선유봉이라 불린 봉우리로서 정선의 진경산수화에도 나올 만큼 이름난 절경으로 조선시대엔 중국 사신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면 즐겨 찾았다 합니다.
주변 산세를 관람할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하던 선유봉은
1925년 한강 대홍수 이후 제방을 쌓기 위해,
또 여의도에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암석을 채취하면서 점차 낮아졌습니다.
낮은 곳에 있어서 서민과 더 가까워진 것인지,
양화대교의 든든한 교각,
선유정수장을 거쳐
이제는 서울시민의 공원으로 다가왔네요.
선유도에 들어가면
사전 지식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곳이 한강물 정수 시키던 곳이군... 하고는
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정화시설로 정수시킨 물로 각종 식물들을 키우고 있거든요.
생태공원으로 학습장도 마련되어 있고, 학습뒤에 이어지는 간단한 퀴즈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갔을 때는 부레옥잠을 분양해 주던데.... 그게 늘 하는 행사인지는 모르겠네요.
폐건축물을 활용한 건축물도 있구요,
무엇보다 저는 산책로가 맘에 들었습니다.
어느 곳을 걸어도 편안한 나무의자가 마련되어 있고,
놀이터, 정자, 카페, 전망대까지...
자가용이 들어오지 못해 누구나 걸어 들어오니 모두가 평등한 뚜벅이인 것도 매력이랄 수 있구요.
사진은 딴지일보에서 가져옴: 환경물 놀이터 - 물장구치고 논다
정말 선유도의 매력을 만끽하시려면
늦은 오후에 방문해야 합니다.
전망대에 다다를 즈음이면 눈앞에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유교를 비롯한 공원 구석구석 조명등이 켜지면 신선이 노닐던 과거의 선유봉에 조금 더 가까운 모습이 될까요?
날이 추워져 지금은 파릇파릇한 나무들을 모두 볼 수는 없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네요.
그리고 강바람은 한낮은 햇볕에도 제법 서늘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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