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마음이 움직일 때

약간의 거리 2000. 11. 28. 23:37
지난 한 주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선은 P와 술을 마셨다.

그날 나는 나의 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졌다.
풀리지 않는 원고 때문에 밤엔 악몽을 꾸고,
-P는 그런 일이 방송에 적응되어 가는 시기 한번씩들 겪는 일이라고 했다.-
그날따라 질문이며 lead며 도무지 한자도 쓸 수가 없었다.

'난 역시 작가도 할 수가 없구나!' 하는 절망감.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회사의 파업은 곧 어떤 형태로든 해결이 될 것이고, 그때 나는 어떤 자리에 서 있어야 할까?

나는 P에게 나의 이런 절망적인 심정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가 따라 나와 있었다.
어느 자리에서건 넘치는 관심과 끊임없이 쏟아놓는 그녀의 얘기가 나는 참 부담스럽고 싫었다.

결국 싫은 걸 참지 못하는 내 성격과, 충고하기 좋아하는 그녀의 성격이 충돌을 일으켰고, 그녀가 먼저 자리를 떳다.

무슨 얘길 했던가?
나는 내내 울먹이다 그 자리를 접어야 했다.



집에 바래다 주겠다며 나오신 아저씨 품에서 나는 엉엉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날 아저씨는 너무나 진지하게
"바보야, 내가 너를 안 좋아하면 이렇게 추운데 뭐하러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나오니......" 하셨다.

하지만 그가 언젠가 말했듯이 그는 바람처럼 떠 도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은 그러려니.... 해 주어야지.
그 바람을 잡으려고 하면 잡으려 하는 사람만 상처 받을 뿐이지.


내 마음은 자꾸만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리고 발걸음 나아갈때마다 상처가 많아진다.


내가 처음 K의 마음을 눈치챘을 때,
그때 K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K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었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마음이 가는데 그걸 잡을 수 없는 사람이
오는 마음을 알면서 외면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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