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심리학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 이유

약간의 거리 2021. 3. 30. 11:41

내가 최근에 만나는 친구 그룹이 있는데, 이들은 만나는 날짜를 미리 계획하지 않고 함께 톡을 하다가 즉흥적으로 날짜를 잡기 일쑤다.

올해 나는 새롭게 업무를 하나 맡게 되었는데, 한 달이면 2주는 저녁에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업무다. 이 업무를 맡게 되면서 가장 염려되었던 것이 바로 이 친구들과의 만남에 제약이 생기는 거였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잘 만나지 못하는데 어쩌다가 만나려고 하면 내 일정이 제약이 될 것 같은 것이 속상하기도 하고 염려됐다.

 

지난 달, 모처럼 만나서 신나게 놀다가 헤어질 때가 거의 되어서야 나의 사정을 미리 말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누가 듣던 말던 자기 이야기만 하면서 신나 있는 사람들.

- 나 할 말 있어.

그래도 다들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원래 그렇다. 그렇지만 다 듣는데, 진지하게 집중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다시 한번

- 잠깐만, 내 이야기 좀 들어봐.

하고 시선을 끈뒤 빠르게

- 나 이제 한달에 두 번은 무조건 야근하는 일을 맡게 됐어

하면서 시무룩, 투덜투덜 말했다. 내가 예상했던 반응은 '힘들겠다', '작년에는 점심을 못 먹는 일을 하더니, 이번에는 야근 당첨이냐.', '너네 회사는 너를 왜 이렇게 혹사시키냐.' 뭐 이런 거였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아주 빠르게

- 그럼 야근 안하는 주에 만나면 돼지.

하더니, 언제 내게 집중했냐는 듯 다시 각자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순간 내 입꼬리가 좌악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마음도 가벼웠다. 그리고서야 나는 '아, 맞다. 야근이랑 겹쳐서 친구들과 못 만날까 봐 걱정이 됐던 거지. 근데 왜 일에 대한 투덜거림과 위로를 예상했던 걸까?' 하고 깨달았다.

그리고 '이 사람들 정말 멋지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친구들은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밑바닥의 감정을 알게 해 주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친구를 만나면 그래서 진정한 위로를 알게 되고, 내 감정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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