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심리학

좋은 인간관계

약간의 거리 2020. 8. 2. 16:22

주변 좋은 사람이 많은 사람을 부러워했었다.

 

진로에 도움이 되는 사람

추천서를 써 줄 만한 사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

 

중학교 때 어떤 친구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좋은(?) 고등학교를 갔다.

 

고등학교 때 다른 친구는 자신은 원하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직장을 가게 되었는데 두고두고 그 선생님께 고마워했다. 우리는 직업에 대한 정보, 기업에 대한 정보(그 나이에는 3M이나 인천제철, 이런 회사들이 좋은 회사라는 것조차 몰랐었다)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 시절에 유행하는 회사에 가야 좋은 줄만 알았는데 살아보니 각자의 성격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를 보았을 때 더 잘 맞는,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직업들이 달랐다.

 

내게는 그렇게 진로에 대해 나보다 더 고민을 해 준다거나

어울릴 만한 자리를 의논하고 조언을 구할만한 어른이 주변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좋은 인맥을 가진 사람이 부러웠다.

 

'주변에 의사랑 변호사는 꼭 있어야 해'

이런 말을 들을 때에도 '나는 아는 의사 한명도 없는데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어찌어찌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녀석 하나가 변호사가 되기는 했는데

그때는 그렇게 매일 만나고, 사시 준비할 때는 1차 시험 끝나면 고기 5인분 사주고, 2차 시험 끝나면 또 고기 5인분 사주고 했지만 지금은 전화번호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

- 넌 진짜 인맥이 많은데 왜 활용을 안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내가 인맥이 많다고? 무슨 인맥?'

컴퓨터 전문가가 있는데 논문 쓰다가 usb 바이러스 걸렸을 때도 친구한테 연락 안 하고 usb 복구하는 회사로 가고

치과의사랑 일하면서 언니가 이가 아파서 응급실로 들어와 3시간째 대기 중인데 말을 안 하고

(나중에 같이 일하는 교수님이 먼저 알아보시고는 5분 만에 진료실 연결해 주셨다)

 

'그런가?'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나는 그냥 친구들, 아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내가 뭔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건 괜히 부담 주고 부비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인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가 고민했다.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며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의 과정 중에 차곡차곡 쌓여왔는데

나는 그 사람들에게 나를 좀 더 드러내며 다가가는 걸 하지 못했다.

 

도움을 주는 것만큼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인맥 없는 사람이라며 나를 또 다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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