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삼각김밥을 비닐로 싸는 이유

약간의 거리 2013. 7. 23. 11:46

지나간 어떤 주일 아침

일찍 어딘가를 가야하는데 도시락을 싸야한다는 내게 엄마는 삼각김밥을 싸 주시겠다고 했다.

지난 저녁 동생으로부터 삼각김밥용 김과 틀을 놓고는 어떻게 김밥을 싸야 하는지 설명을 듣는 모습을 듣고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눈을 반쯤뜨고 일어났는데 엄마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계신다.

- 왜 엄마?

 

엄마의 시선을 따라간 자리에는 쟁반위에 코미디프로에서 검은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김을 적셔 덕지덕지 붙여 놓은 듯한 검은색 덩어리가 하나 놓여있다.

 

- 푸하하. 엄마, 이게 뭐야?

- 안 그래도... 어제 배운데로 했는데... 김 위에 놓고 싸서 테잎을 붙이라고 하는데 테잎 붙일데도 없고...

- 비닐을 벗겼으니까 없지.

- 그게 무슨 말이야?

- 김이 밥에 완전 붙어서 눅눅하네

- 응. 그러니까. 나는 어떻게 싸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 너무 뜨거운 밥을 싸서 그런가? 그래서 일단 밥 식히면서 너 일어나면 물어보려고...

- 아니, 비닐을 벗겨서 그렇다고.

- 비닐 안 벗겼어. 여기 봐봐. 근데 밥을 놓으니까 김이 달라붙어서 비닐은 어떻게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삼각김밥용 김은 김 한 장이 비닐 포장 안에 들어 있다. 그래서 삼각깁밥을 쌀 때에는 비닐 위에 밥을 올리고 , 그 포장된 김을 그대로 삼각형 모양으로 둘어싸서 겉에 있는 비닐을 고정 시키기 위해 테잎을 살짝 붙여주면 된다.

 

그런데 엄마는 삼각김밥용 김의 비닐 포장은 우선은 판매되는 제품이니 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이것으로 김밥을 쌀 때에는 한쪽 면의 비닐은 벗겨내어 밥을 사고 나머지 한쪽면 비닐은 마치 일반김밥의 호일과 같은 용도로 포장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삼각김밥의 비닐은 정말 왜 있는 것일까?

그건 밥과 김이 맞닿는 순간 김이 바로 눅져버리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먹는 순간에 그 비닐을 벗겨냄으로써 바삭한 김으로 방금 싼 듯한 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삼각김밥의 포인트인 것인데... 엄마는 밥을 더러움으로부터 안전하게 하도록 겉면을 포장한다는 생각만 하셨던 것이다.

 

내가 다시 밥을 포장하는 것을 보면서도 엄마는 비닐위에 밥을 올리는 것을 뜨아~ 한 표정으로 바라보신다.

 

- 엄마, 포장이 그릇대용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 이 포장은 밥이랑 김을 닿지 않게 하려고 들어있는 거야?

 

그냥 나는 아직까지 엄마에게 삼각김밥을 한 번도 사주지 않은 일에 대해서 사과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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