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아마도 (내 생각엔) '아버지'다.
기훈이 처음 '아버지'라고 부를 때 어찌나 어색하던지...
아버지라는 발음도, 부를 때의 톤도, 그리고 분위기까지...
나는 그가
마치 홍길동처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자라다가 그날 처음으로 그 호칭을 사용한 거라고 생각해 버렸다.
오늘 <신데렐라 언니>가 끝이 났다.
기훈은 검찰에서 마주선 그의 아버지를 보며 다시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하고 부른다.
기훈은 누구를 부를 때 한 번만 부르는 법이 없다.
그는 늘 이렇게 최소한 세 번은 반복해서 부르는 데 특히나 아버지를 부를 때는 그렇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기훈은 홍길동처럼 살지 않았을 거라고.
그날 결코 '아버지'를 처음 부른게 아니었다고.
왜냐면, 나는 물론 그 드라마를 띄엄띄엄 보기는 했지만 기훈과 그의 아버지가 나오는 장면이면 그는 어김없이 아버지를 불렀고,
그의 '아버지' 하는 소리는 언제나, 오늘과 마찬가지로 어색했기 때문이다.
은조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다.
그녀는 홍길동하고는 조금 다른 처지였는데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라고 허하였지만, 그녀는 그 허함에 따르지 않았다.
'아버지'라는 호칭은 그렇게 누구에게든 어색한 걸까?
기훈과 그의 아버지를 보면서 궁금해졌다.
나는 그랬다.
나는 늘 아버지를 부르는 건 어색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빠'라고 부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는 늘 거기에 있었다.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언제나 아버지가 혼자 있었다.
그래서 내가 부르지 않고 말을 해도 그건 아버지를 향한 말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어디 아프세요?
-식사 하셨어요?
등등
공간 안에 있는 말은 내가 꼭 호칭을 쓰지 않아도 정확하게 내 아버지에게 가서 닿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병원에서
나는 꼭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빠..." 하고 부른 뒤에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을 하는게 어려웠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정말 어려웠던 건, 아빠를 아빠라고 먼저 부르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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