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고 있어? 나랑 밥은 같이 먹어줘야지!
-무슨 말이야?
-나 외근 나온 건 알아? 나 혼자 밥 먹어야 되니까 빨리 와
-어디? 외근 나간다고 말을 해 줘야 알지.
-회사 사람 다 아는데 너만 모르냐? 종각이야. 길 밀리니까 지하철 타고 와
-그래? 나 종로로 나가는 중인데... 잘됐다. 금방갈께
그랬는데...
느닷없이 밥을 같이 먹자는 전화가 너무 기뻤는데...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때마침 나 역시 그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좋았는데...
가면 갈수록 이상하게 당신이 있는 방향에서 멀어졌다.
종로2가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는데.. 엉뚱하게도 종로3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매일 다니는 길.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 버려서
'괜찮아. 종로3가에서 지하철 타면 한 역이잖아. 그럼 금방 갈거야.' 했는데...
혹시나 또 엉뚱한 방향으로 타면 안된다고 긴장하며 지하철을 탔다. 내리는 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문앞에 꼼짝않고 서 있다가 첫번째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내려섰다.
그렇게 종각에서 내리긴 했는데
이번엔 출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지하도를 걷고 또 걷고,
자꾸만 자꾸만 시간이 흐르는데
걸으면 걸을수록
나는 땅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커다란 하수구를 지나고,
디딜수록 발이 빠져드는 늪을 겨우 벗어났는데...
시간이 벌써 1시를 향해 가는 거다.
'어쩌지? 화 났을까? 그래도 기다리겠지? 너무 늦어서 만나도 밥은 못 먹겠네... 그래도 날 기다려주기는 하겠지? 그냥 가 버렸을까? 걱정하고 있을까?'
밤이 새도록 걷고, 또 걷고...
결국 아침에 되어 눈을 뜰때까지 나는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
당신에게 가는 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멀어졌다.
지금은 보고 싶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울 거라는 당신의 말은,,, 거짓말이다.
요새는 매일같이 꿈을 꾼다.
무언가를 계속 먹거나
혹은 거리를 헤매거나
그래서
매일 아침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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