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거나 그래?
-아니...아직은 여행온 기분이야.
-하긴, 언니는 원래 느리잖아
원래부터 이렇게 슬픔이 늦게 도착하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기억하는 한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난 언제나 슬픔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
빠르면 일주일, 어쩔때는 한달, 혹은 1년이 지나서야 자다가 슬퍼져 일어나 운다거나 했다.
그래서 어떤 예고된 이별 같은 건 미리미리부터 '그때쯤 너에게 슬픈일이 벌어질 거란다...'하면서 제발 제때에 좀 슬퍼해 보라고 연습시키곤 했는데...
나만 느린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사랑에 빠져 있다는 걸 모두가 눈치채고 있는데 본인만 모르듯이, 사람들 누구나 슬픔이 조금씩은 늦게 도착한다는 걸 알게 됐다.
떠난다는 말을 했을 때 모두들 말했다.
-멋지다.
-너 멋있게 산다
-대단하다
-부럽다
그래서 나... 사실은 너무 섭섭하고 속상했는데
-근데 말이야... 나 밤에 울었다
-어제 갑자기 슬프더라
-문득... 슬프다
하고는 뒤늦게들 말해 오는 거다.
사랑은 그것이 너무나 조심스럽게 물들어가고 있어서 눈치채지 못하지만
슬픔은 ... 어쩌면 그걸 받아들이기는 너무 힘이 들어서 조금씩 발이 축축해져도 내색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발이 잠길때, 무릎까지 잠겼을 때... 어쩌면 나처럼 이제는 숨쉬기 힘들만큼 가득 찼을 때에야 후욱~하고 뱉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닦는다.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나를 기다리느라 욕실에 다소곳이 놓여있는 칫솔이 아니라
책상위에 놓여 있던 여행용 칫솔 - 승호가 바라보며, "이모야~ 이건 밤에 자고 올때 쓰는 거지?" 하고 물으며 내가 미국에 간다는 걸 기억해 내던 칫솔과 치약을 가지고,
나는
이를 닦는다.
나 어쩌면... 사실은 쓸쓸한 건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하필,
지금은 가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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