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술 친구

약간의 거리 2007. 6. 16. 23:47

술을 아주 잘 마시고 싶다.

술을 못 먹던 시절에 나는

'나는 술을 아주 잘 마시는 사람일거다.' 하고 생각했었다.

막상 먹어보니 못 마시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정말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술을 못 먹게 되고 있다.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벌써 취하는게 느껴질때,

술이 너무 써서 도저히 못 마실때,

아침에 일어났는데 머리가 너무 아파서 힘들때,

속이 너무 거북해서 밥을 못 먹을때,

 

이럴때... 나는 참 슬프다.

계속 계속 술 잘 먹는 사람이면 좋을텐데...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술을 먹고 싶어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거다.

사실 뭐...

술을 잘 먹었으면 좋겠고, 술 먹는게 좋다는 생각은 해 봤지만,

술이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랬는데

얼마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드랬다.

'아~ 술 먹고 싶다.'

근데 때마침 술을 먹어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술먹자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몰랐었다.

 

무엇이든 혼자 해도 상관없고,

혼자 즐기는 것도 나름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게 있었드랬다.

종종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는데 의식을 못했었다.

술 마시는 거.

-어? 집에서 혼자 술 마시기 시작하면 알콜중독인데!!!

 

그러니까 술은 친구가 있어야 한다.

사실 술이 좋은게 아니라 술을 같이 마시는 사람들이 좋은 거고,

함께 취해가며 나누는 이야기와 분위가 좋은 거 아닌가!

 

요즘들어 종종 '술이 먹고 싶은' 일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술 먹자!' 하고 불러낼 사람이 없다.

나보고 술 먹자고 전화해도 나올 친구가 없을 거라길래,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일단 전화기에 친구가 없다.

핸펀을 바꾸면서 번호를 옮기지 않았다.

최근에 연락이 온 사람만 저장을 했더니 친구가 없다.

두어 달이 되어가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하긴 1년이 지나도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러니 뭐.. 또 옮겨놔 봐야 술 같은 건 같이 먹을 수 없는 녀석들일거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흠... 정말 같이 술 먹어주는 사람이 없네.

 

불러내서 술 마실 수 있는 친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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