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하셨어요?
고등학교를 다닐때,
새벽 5시 50분에 집을 나서야했지만 아침은 꼭! 챙겨먹고 다녔죠.
그것도 국 없이는 먹지 않아서 엄마는 새벽마다 제가 먹을 국을 끓이느라 고생이셨답니다.
그래두 뭐... 제가 그렇게 입맛이 고급스럽다거나 까탈스럽지 않아서
김치에 물붓고 푹~~~~~~~~~~ 끓이면 무조건 OK!!!
직장을 다니면서 귀가가 늦어졌죠.
그런데 9시가 넘어서 집에 오면 밥을 먹지 않았어요.
다이어트??
물론 아니죠.
다이어트라는 건 해야겠다는 -아니다, 요즘은 가끔 "해야겠다" 정도는 생각해요^^ 아무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죠.
저는 다이어트라는 거 정말 귀찮거든요.
먹고 싶은 거 못 먹고, 시간 따지고, 양따지고, 먹으면서 칼로리 걱정하고......
아후~~~
이런거 생각하다보면 머리아프고 짜증나서 더 먹게 될 수도 있답니다.
그냥요...
그냥... 그 시간이 지나서 집에 오면 안 먹었죠.
아마도 귀찮아서 이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를 챙겨 준다고 다들 먹고 치우고 쉬는 중에 일어나서 움직이는 걸 보는 것도 버겁고.
더 늦게 되는 날은 식구들 자는데 덜그럭 거리는 거 싫고,
어느 날인가부터 이런 나를 알게된 식구들은 제 귀가시간이 늦는 날은
"저녁은 먹었어?"
"밥 먹을래?"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는 겁니다.
하하
호호
즐겁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순간 제 얼굴이 우지끈~ 이그러지는 거죠.
그러면 식구들은 제 눈치를 살피며 쉬쉬하면서
"쟤 오늘 기분 나쁜 일 있었나부다. 건드리지마" 하는 겁니다.
(자기들끼리는 소곤거린다고 하는데..... 아시죠? 그런 소리가 적막한 방안에서는 더 또렷이 들려온다는 거)
우이~~정말!!!
사실 저는 화날때 누가 말시키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달래주거나 위로해주는 건 더 싫어합니다.
풀까? 말까? 이쯤에서 풀렸다고 해줄까? 생각하다보면 그 타이밍이라걸 찾을 수가 없거든요.
그냥, 혼자, 제풀에 지치도록 냅둬주는 걸 좋아하죠.
이런 성격을 아는 식구들은 더욱더 저에게 말을 시키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저는 또 더욱더 화가 나는 거죠.
그렇게 부글거리다가는 결국엔 폭발해 버립니다.
-늦게까지 일하다 온 딸한테 밥먹으라는 소리도 안해? 화가나긴 뭐가 화가나? 기분 좋게 들어왔는데 화나게 만든 사람들이 누구면서? 밥을 먹고 다니는지 안 먹고 다니는지 궁금하지도 않냐구????
-아니...너... 늦게 오면 원래 밥 안 먹잖아.....
-안 먹는 건 내가 선택하는 거고,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
-알았어. 그래서 밥 먹을라고?
-안 먹어!
이렇게 이날 밤의 파란은 일단락이 지워집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모든 걸 파악한 식구들은 제가 새벽 2시에 들어가는 날 잠결에라도 눈이 떠지거나, 제가 들어오는 걸 감지하면 비몽사몽간에, 다음날 아침 자기가 그런말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하는 정신에도 "밥은 먹었어?" 하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그걸 물어봐 주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습니다.
-아니... 내가 이시간에 들어오면 안 먹었어도 굶고 자는 걸 모른단 말이야. 귀찮게 뭘 물어봐.
그 옛날에, 그 질문을 그렇게 기다렸던 건
관심을 찾던 거였는데,
어느새 그런 관심을 귀찮아하게 된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아침엔
나에게는 이미 귀차니즘이 되어버린 관심을 다른 사람에게 줘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 식사는 하셨나요? 밥은 먹고 다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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