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오는 날,
우리는 함께 있었다.
아주 오래 전...
첫 눈이 내리는 날 전철역을 열심히, 땀이 나도록 뛰었다.
부평까지 가는 직행 열차가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됐다.
낯선 그 역 앞에서
무수히 늘어선 공중전화박스
눈이 쌓인 차가운 나무의자,
주변을 서성이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나와는 다른 역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
그날 우리는 많이 기다리게 한 것에 - 사실은 각자 많이 기다렸으면서 - 서로에게 미안해 했다.
첫 눈이 오는 날,
우리는 함께 있었다.
누군가 내 목덜미에 눈을 집어 넣었고,
그게 눈 싸움의 시작이었다.
모두가 내게 눈을 집어 넣은 사람을 공격했다.
호호
손을 불어가며 계속 눈을 뭉쳤다.
내가 던진 눈은
그의 어깨 언저리에도 가 닿지 못했다.
부스스...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첫 눈이 녹아버린 것을 잊었다.
눈 싸움의 흔적도 사라졌다.
올 겨울의 첫 눈이 내렸었다는 기억만이 남았을 뿐이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르면,
언젠가 겨울 첫 눈이 내리던 날,
누군가와 눈 싸움을 했었다고...
2005년 겨울이 아닌,
몇년전, 어느해, 겨울....
그렇게 기억하게 될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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