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이터널 선샤인

약간의 거리 2005. 12. 5. 22:16

 

저는 제멋대로인 여자에요.

변덕스럽고, 다른 사람에게 구속받기 싫고, 자기애가 강하다고 할 수 있죠.

이쁘지는 않지만.. 뭐... 나름대로 매력은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해던가... 바닷가에서 그를 봤어요.

그는 한마디로 "착한 남자"죠.

 

사실,

착한 사람은 재수없어요.

음... 재수없다는 말... 별루이긴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전 그냥 그렇게 기분내키는대로 사는게 좋아요. 그래서... 제 말버릇도 좀... 재수가 없죠 ^^

 

추운 날이었는데...

아마 그도 절 흘끔 봤을껄요.

그날 저는 날씨나, 바닷가 라는 장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빛 츄리닝을 입고 있었거든요.

 

그는 어쩌면 제 복장이 튀어서?

혼자 바닷가를 거니는 여자가 청승맞아서?

호호

그 보담은 분명 제 매력을 눈치 챘을 거에요.

 

 

참,

그의 이야길 하고 있었죠.

그는 정말 착해보였어요.

착한 사람은 정말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그는 달랐어요.

한 순간에 빠져들 걸 단박에 알아봤다니까요.

 

 

우리는 열정적으로 사랑했었는데

제 변덕스런 머리색깔...

그건 단조로운게 싫은 제가 마음을 나타내는 방법 같은 거기도 해요...

 

어쨌거나

모든 문제는 저에게 있어요.

전 제멋대로 이고,

그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는 너무나 착하기만 해서 제 모든 걸 받아주기만 하고...

그렇잖아요.

너무 착하기만 한 건 버겁기도 해요.

지루하기도 하고,

숨이 막히기도 하고,...

 

하지만 잘못은 그가 아니라는 걸 저도 알아요.

 

그가 착하게 굴면 그럴수록

저는 자꾸만 엇나가게 돼요.

 

매일 술 마시고,

밤 늦게까지 친구들하고 놀고,

 

그는 조금씩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또 자기가 먼저 사과를 해 와요.

 

저는 늘 그에게 잘못만 하는 걸요.

이러다가 어느 순간, 그가 절 미워하게 될지도 몰라요.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질려버릴 거니까요.

그게 나에요.

 

그가 나를 미워하게 될까 두려워요.

그래서 조금 더 화를 내요.

그러면 그가 잘못했다면서 넘치는 애정표현을 해 오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반복되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요.

 

그는 결국 지쳐버릴 거에요.

그리고는 제가 준 상처만을 기억하겠죠.

 

그가... 저를 미워하게 되는 게,

제가 준 상처만을 보게 되는 게 ... 싫어요.

 

그래서 지우려고요.

기억을 지우면,

이런 두려움, 걱정,... 하지 않을 수 있겠죠?

 

그가 조금이라도 절 사랑하고 있을 때에 그를 떠나는 거에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걸까요?

그는... 이런 저의 마음을 알까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채 돌아서는 것도,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게 되는 것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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