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은 내가 병원 담당이다.
아침 일찍 병원에 가면 엄마는 교대하고 성당엘 가신다.
이번주에는 좀 진득하니 있어볼까? 생각하고 읽을 책까지 챙겨메고 병원엘 갔다.
아빠 드실 죽을 사가야 하는데 늦잠자는 바람에 택시까지 타고 휘리릭~~~~~~
잉? 근데 아직 죽집이 문을 안 열었다.
점심때 죽을 사온다고 해도 한사코(?) 만류하셔서 그냥 하루종일 아빠를 굶기고 있다가 오후 세시쯤 엄마가 와서 교대를 하게됐다.
-너 집에 갔다가 저녁에 올때, 엄마 옷이랑, 대일밴드, 그리고 목이 긴 양말 가지고 와
-응
집에 오자마가 까먹을까 싶어 이것저것 챙겨 담았다.
언니는 시댁에서 보내온 대게를 찜기에 찌고, 또 찌개 끓이고 정신이 없다.
드디어 완성~~~~~
한 보따리 짊어 메고, 언니랑 나랑 동생이랑 세여자가 집을 나섰다.
-너, 양말은 안 갖고 왔어?
-어. 깜빡했다.
-그럼 할 수 없지, 니 양말이라도 벗어 놓고 가.
-우~~~~~~~웅....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생이 골목 입구에 새로 문을 연 피자집에서 냄새가 좋다며 먹겠다고 했다.
안에서 먹는데도 없고, 배달도 안되고,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길래 우리도 뒷편에 섰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줄을 줄지 않고.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한시간 후에 올테니까 주문하고 가도 돼죠?
-15분이면 되는데요?
뭐야? 먼저 주문해 놓고 기다려야 되는 거 아냐?
그런가봐....
-저기요. 저희 주문할께요.
이론 이론~~~~
남들은 이미 주문 해 놓고 나오길 기다린 거였다.
피자가 구워져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앞사람까지 줄이 팍팍 줄었다.
-그럼 우린 지금부터 다시 15분을 기다려야 하는 거야?
-그런가봐. 나 발 뒷굼치가 시려~
-흐흐흐~ 머리가 나쁘면 팔다리 고생이라잖아.
-마저. 양말갔고 오라는 거 까먹어서 양말 뺏기고, 주문하는 거 몰라서 한참 기다려야 하고.... 정말 머리 나쁜거 때매 벌어진 일들이야. 흑흑. T.T
드디어 우리의 피자 완성.
기름이 쪽~ 빠져서 고소하고 맛있었다. 발은 좀 시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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