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대체 뭘 그리 오래 재는 건지-발리에서 생긴 일

약간의 거리 2004. 2. 10. 00:47

분명하지 않은 건 질색이다.

Yes인지, No인지

말을 할 건지, 말건지,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맘에 드는지, 안드는지,

 

그런데 이놈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분명하지가 않다.

다들 내가 싫어하는 부류다. 분명하지 않은 건 싫으니까.

 

그렇다구 내가 회색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회색도 분명한 자기색이니까.

 

어쩌면 그래서 나는 친구가 별로 없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만났을 때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은 두번 다시 만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피하고,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싫은 사람에게는 절대 내것을 보여주지 않으니까.

그런 사람은 그냥, 예의상 묻는 것일지라도 내 개인적인 건 싫다.

그때는 모... 대충대충 대답한다. 아주 짧게.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에서>

-몇번 타세요?

-한번요.

라고 답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드라마속 사람들은

싫어도 만나자면 만나고,

딴 꿍꿍이가 있는 걸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상대가 오해하게 만들고는 책임없는 척 하고,

 

사실은 세상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살고 있는데 혼자만 너무 뻣뻣하게 구는 건가?

 

생각해보면 어제 내가 식구들에서 버럭~ 해 버린것도 그 때문이다.

 

싫단말 못하고 미적거리는 걸 보다 못해서 성질 나쁜 내가 엎어버린거지, 뭐.

밥을 먹을 건지, 말건지,

안 먹을 거면 따라 나오질 말던가,

따라 나왔으면 그냥 먹으러 가던가,

이것두 싫고 저것도 싫고, 세상에는 맛난 것도 없고, 더군다나 배도 고프지 않고, 등등....

 

그러구보니 내가 또 먹는 거 앞에서 치사해진건가?

 

사람들은 왜 자기 맘을 결정하는데 그렇게도 오래도록 재는 걸까?

그리구 그런 건 원래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서 고민해야 하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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