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7

안녕하지 않아도 괜찮아

최근 나의 관심사는 아마도 '어린 시절의 나'인 듯하다. 우선 드라마 에 매료된 것도 아마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작품 속의 고문영 작가가 너무너무 매력적이었는데, 그녀의 거칠 것이 없는 말과 행동(물론 막아줄 꿀물이 있어서 가능했겠지만)에 반해서 시작되었던 드라마 보기는 점차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하고, 예쁨 받지 못했던 등장인물들의 세계로 옮겨 갔다. 드라마에서는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라는 동화로 마무리되었지만, 결국 상처 받은 '어린 시절'의 나를 놓아주고 '지금'의 나로 온전히 살아가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 영화 도 그런 이야기였다. 심은경에 대한 칭찬이 너무 많아서 '그냥 볼까?' 하면서 본 영화였는데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텐션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 스나다는 어린 시절 자신을 키..

위로를 잘 하는 방법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리고 누군가의 위로는 받는 것도 어렵다. 내가 받았던 최고의 위로는 30개월 무렵이었던 조카가 방에 혼자 있는 내게 기어 와서는 내 어깨에 살짝 기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단지 내 어깨에 자기 머리를 기대었을 뿐 나와는 무관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그 녀석의 체온이 전해지는 순간이 정말 따뜻했고 '이 아이는 내 마음을 읽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누군가 지금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기의 체온을 나눠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분기마다 진행되는 대표와의 면담 날이었다. 굉장히 형식적이고, '굳이 왜 하나' 싶은 면담을 대표는 빼먹지 않고 진행했다. "요새 어때?"라는 상투적인 질문으로 면담은 시작됐다. 나는 안정되고 편안하..

공감하기

'공감'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인다. 나는 공감을 잘해서, 나는 공감을 못해서...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감'이 뭔지를 물어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을 공감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을 나도 똑같이 느끼는 것이 공감이라고 한다. 다음 사전에서도 공감을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다 남의 주장이나 감정, 생각 따위에 찬성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러한 마음 그런데 내가 공감했다고 하는 것과 상대방이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심리학에서 이야기는 공감은 좀 차이가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얼굴 생김도, 키도, 하물며 머리카락도 직모일 수도, 곱슬일 수도, 그래서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도 각기 다를 수밖에 없다. ..

혼자이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언젠가 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족에게 알릴 것인가, 알리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언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알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동생은 너무나 어떻게 그런 걸 알리지 않을 수가 있냐고 흥분했다. 사실 동생은 거의 모든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다 하는 스타일이다.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게 자기는 모르지만, 이 사람이 들으면 불편한 이야기일 줄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그걸 전달했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내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반대로 동생은 그런 나를 답답해했다. 대해서 알리지 않겠다는 나의 논리는 그런 것이다. 어차피 병은 걸린 거고, 그걸 주변에서 다 알게 된들 다 함께 우울하기만 할 뿐, 어떤 도..

배려하는 마음

코로나로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서 폰으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심리검사들이 많아졌다. 가볍게는 꽃이나 나무로 유형을 알아보기도 하고, 유명한 누군가와 성향이 비슷한가를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성격을 알아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놀리기도 하고 애써 자신과는 다른 것 같다고 부정하기도 한다. 성격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나누는 것은 정말 오래된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ABO식 혈액형으로 사람을 나누기도 했었고, 그러다가 사람이 어떻게 4가지로 나뉘느냐는 논란과 한국에서만 이런 검사가 유행한다 등등 말도 많은 검사들이지만 성격검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양하게 개발되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분명 나를 알고 싶어서이고,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고 싶어서이..

누군가와 친해지기 어렵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렵다',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친구를 못 사귀어서 걱정이다' 등등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고 보면 시작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끝이 어려울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만나서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거절하거나, 거절당하거나, 이별을 하는 과정에 대한 어려움이나 두려움 때문에 시작이 힘든 것이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했다가 싫어하면 어떻게 해요', '예상한 반응이 아니면 당황하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은 내가 한 반응을 상대방이 불쾌하게 여기면 어떻게 하나, 내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서 상대방의 눈에 바보같아 보이면 어떻게 하나,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저는 이런 성격이에요. 제가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런 습관이 있어요. 제가 고쳐야 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럴 때 제가 귀찮아하는 성격이라서요. 나는 이러저러한 성격이라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서, 나는 그런 습관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습관이 있고, 성격이 있고, 고쳐야 할 버릇이 있기도 하다. 습관이나 버릇이 어떤 면에서는 나쁜 점이 있어서 고쳐야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습관이나 버릇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어떤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즉, 과거에 어떤 필요 때문에 그것이 생긴 것이고, 지금은 고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상황은 언제나 바뀌는 것이니까 이것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냥 그런 일인 것이다. 필요에 의해 그것을 내가 만들어 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