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ght

사랑은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것

약간의 거리 2006. 10. 11. 10:51

 

일산 호수 공원.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있는 남녀가 있다.

여자는 처음 자전거를 타는지 자꾸만 발이 패달에서 미끄러져 내린다.

 

...

...

 

 

자꾸만 발이 미끄러져서 잘 못 밟겠다는 여자에게 남자는 그냥 있으라고 한다.

 

걱정마. 넌 그냥 발만 올려둬. 내가 혼자 할테니까. 아무렴 오빠가 너 자전거도 못 태워주겠니?

 

사실 속 마음은, 박자가 그렇게 안 맞으니 차라리 나 혼자 밟는게 훨씬 덜 힘들다. 그냥 가만히 있어주라... 모 그런거다.

그래도 처음엔 탈만 했는데

한 바퀴, 두 바퀴, 자꾸 돌면 돌수록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다리 기운도 빠져나가고 낮은 경사도 언덕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그냥 중심을 잡을 뿐인데 자전거가 기우뚱 할 때마다 잔뜩 긴장해서는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이니 정말 힘들어 죽겠다.

 

그냥 가볍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내 몸이 가는 데로 따라와봐.

함께 춤을 추는 것처럼,

바람을 타는 것처럼,

리듬을 맞추는 것처럼.

지금 이건 말이지.. 과속으로 달리고 있는 버스가 아니란다. 

 

이렇게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때 말이야, 그때...

내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해 주었으면,

지금 이렇게 또 2인용 자전거 태워달라고 조르는 너를 요리조리 피하며 달래지 않아도 됐을텐데...

 

 

사랑은 한 쪽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무게가 다른 한 사람에게 얹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2인용 자전거를 타는 것처럼

함께 바람을 가르며 호흡을 고르고, 언덕을 넘기위해 박자를 맞춰 패달을 밟는 것이다.

 

 

 

남자 _ 사랑을 말하다.... 그때 조금 덜 멋있어 보이려고 해도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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