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아직도 세상엔 내가 알지 못하는 게 너무 많이 있었어.
다 아는 건 아니겠지만
아주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특히나 아픔같은 거에 대해선 말이지.
그런데 아직도 세상엔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았던 거야.
-괜찮아?
-응
-괜찮지 않지? 괜찮은 거 같았는데 막상 말하려면 슬프지?
-응
-나도 그랬어.
그때 네가 허둥지둥 나를 찾아왔었지.
그 경황없는 와중에 왜 나한테까지 들렀다가 병원을 갔는지는 기억이 안나네.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넌 나를 찾아와줄 만큼 내가 중요한 사람이었던 거지.
그리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서 연락이 왔고.
-오지마.
하는 너의 말을 나는 철썩같이 따랐던 거야.
그땐 몰랐었는데... 미안해.
내내 그때 일이 생각났어.
미안해.
"오지마" 하는 한 마디에 가지 않았던 거.
그 후에도 위로의 말 한마디 제대로 해 주지 않았던 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몰랐어.
그리고 그게 슬픈 건지, 아픈 건지, 위로가 필요한 건지,.. 그런거.. 도무지 몰랐어.
사람의 감정이라는 거에 늘 너무나 무디게 살아왔었잖아.
다른 건 몰라도, 그렇더라도,
아픔만큼은 굉장히 잘 아는 분야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어.
누구든 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거겠지.
그나마 겪어본 사람만이 아주 조금 비슷한 걸 아는 거였어.
그리고 세상 누구에게도, 어떤 일에도 그 무게나 크기가 같은 저울로 재어질 수는 없었던 거야.
갑자기 아기 아프다고 약속 못나온다고 한 친구보면서 이해 안된다고 했던 것도 미안해지네.
역시, 아직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어.
그건 아직, 겪어봐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한 거겠지?
조금은 더.. 세상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