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을 할 때 여자들이 피하는 음식이 있다.
먹는 모습이 예쁘지 않거나, 먹고 난 후에 여파가 남는 음식들이 그런 것이다.
콜라, 닭, 순대볶음, 곱창, 자장면, 햄버거 등이 대표적이다.
콜라는 먹고 나서 트림을 하게 될까, 긴장해야 하고
닭은 뼈를 발라 먹으려면 손에 기름이든, 양념이든 묻게 되어 지저분해 보이고(순살치킨은 괜찮겠네요)
순대볶음이나 곱창은 일단 음식 자체에 대해서 여자가 먹는 것을 의아해하는 남자들이 있다. 게다가 순대볶음은 이 사이에 끼는 음식물들이 있을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자장면 역시 옷에 양념이 튈까 조심스럽고,
햄버거는 이제 겨우 만난 상대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먹기 부담스러운 음식이다.
처음 만났을 때 항정살을 먹었던 남자와 두 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다.
사실 위에 쓰지는 않았지만 삼겹살류 역시 소개팅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아니다. 구울 때 기름도 많이 튀고, 옷에 냄새도 배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만남에서 벌써 영화를 보자고 한 남자는 이미 영화를 예매해서 나타났다. 낯선 남자와 캄캄한 극장에서 두 시간 동안이나 말 없이 앉아 영화를 본다는 건 불편한 일이다. 공포영화를 즐기기도,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기도 애매, 코미디 영화에서 어느 정도 맘대로 웃어도 되는지도 불편, 혹시라도 에로틱한 장면이 나올 때의 민망함을 또 어쩔 것인가.
아무튼 남자가 고른 영화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런 장르에는 해당이 안되는 스펙타클 재난영화였다. 여자가 엄청 싫어하는 한 명의 미국인 주인공이 온 인류를 구하는 휴머니티한 영화.
극장에 들어선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팝콘과 음료수를 사왔다. 무얼 먹겠냐는 물음에 여자는 '괜찮다'고 '영화 보면서 잘 안 먹는다'고 말했지만 무시당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자는 열심히 팝콘과 음료수를 먹었고, 여자에게도 좀 먹으라고 말을 건넸다. 남자는 보고 싶었던 영화라고 하면서 정말 재밌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여자가 너무 먹지 않아 팝콘이 남았다고 아쉬웠다.
극장을 나와 차를 탄 남자는 백미러 거울을 보면서 뭔가 계속 불편해 했는데, 알고보니 팝콘의 옥수수 껍질이 이 사이에 낀 것이다.
여자는 소개팅에서 피해야 할 음식 목록에 팝콘을 추가했고, 집 앞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고 떠난 남자의 연락을 더 이상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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